<연합인터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박상돈 기자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글로벌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자유무역협정(FTA)의 밑그림은 매우 잘 그려진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수출과 내수 진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적인 수단으로 FTA처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FTA를 타결지을 수 있는 나라로는 남미의 페루를 꼽았고 중동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위원회(GCC)도 연내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 문답.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올 1월1일 발효됐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나.
▲인도는 앞으로 세계 교역에 미칠 영향이 큰 나라이다. 일본, 유럽연합(EU)이 인도와 협상 중인데 진도가 그리 잘 나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 우리에게 선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한.칠레 FTA와 비교해도 최소한 그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는 경제 성장의 속도가 칠레보다 훨씬 빠르고 크다.
--지난해 GCC와 FTA 협상을 끝내지 못한 이유는.
▲2008년 7월 협상 시작할 때 1년 안에 끝내보자고 이야기했다. 의지나 결심은 좋았는데 시간이 흘러갔다. 이혜민 FTA교섭대표가 연말에 이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GCC를 방문하기도 했다. GCC는 우리와 부딪치는 석유화학산업에서 좀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상대방이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런 부분만 절충되면 올해 중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 FTA를 가장 먼저 타결지을 수 있는 나라를 꼽는다면.
▲지금까지 협상 진도로 볼 때 페루가 가장 많이 와 있다. 페루는 대통령이 FTA에 직접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농산물 문제도 예민하지 않다. 수산물에서 한두 개 신경 쓸 것이 있을 뿐이다. 페루는 워낙 광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여서 우리 경제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쪽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페루와 FTA가 타결되면 콜롬비아도 잘 될 것 같고 남미에 상당한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칠레 FTA는 업그레이드되나.
▲발효 이후 5년간 시행했더니 미흡한 점이 있어 업그레이드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칠레가 처음이다 보니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민감한 품목에 대해 다른 나라에 개방하면서 백신 효과를 얻어 이제 민감성은 많이 떨어졌다. 아세안의 경우 베트남, 인도네시아와는 개별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과 맺었던 것보다 1대 1로 하는 것으로 베트남에 의사를 전달했고 베트남도 좋다고 답변이 왔다.
--캐나다와 FTA 협상이 장기화하는데 언제쯤 협상을 재개할 수 있나.
▲캐나다가 우리 시장에 제일 관심 있는 것은 쇠고기이다. BSE(광우병) 문제는 FTA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협상이 끝나도 온전하게 발효되기 어려울 것이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가 진행 중인데 FTA와는 별도로 진행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캐나다도 좋다고 했지만 언제 시작할지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캐나다는 그쪽대로 불만이 높고 우리도 우리대로 경계심이 높은 상황이다.
--올해 한.미 FTA 발효 전망은.
▲미국에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새로운 논의를 제의한 것이 없다. 누가 봐도 미국 상황이 속도감 있게 가고 있지는 않다. 그런 사정이 있다면 시간을 조금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미 사인한 협정문을 다시 꺼내 새로 쓴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한.EU FTA의 연내 발효는 문제없나.
▲한.EU FTA는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잠정발효 조항도 있고 하니 지적재산권 보호 등 개별 국가의 승인이 필요한 몇 개 조항을 빼고는 발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EU의 자동차공업협회가 반대캠페인을 많이 하고 있는데 문제가 정치권으로 가서 왜곡되기 시작하면 사실과 다르게 오해될 측면이 있으니 그런 일이 없도록 서로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신년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연합뉴스와 외교부 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훈 본부장은 이자리에서 연내 페루 및 걸프협력위원회(GCC)와 FTA를 타결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0.1.4 jjaeck9@yna.co.kr
--한.일 FTA 협상은 언제 재개될 수 있나.
▲우리 업계의 의견을 들어보면 빨리하자는 목소리가 많지 않다. 지금 교역 구조로는 가까운 시기에 우리의 이해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최소한 이해의 균형이 될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정부가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것은 다 떼고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차 떼고 포 떼고 무늬만 FTA라고 하면 세계무대에서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한.중 FTA 진행 상황은.
▲이제 산관학 공동연구를 했고 이후 정부가 나서는 단계로 갈 것이다. 지난번 시진핑 부주석이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를 이야기했는데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구동이 90은 되고 존이가 10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언제 어떻게 협상할 것인지 중국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단계는 아니다.
--한.중.일 FTA에 대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산관학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는데.
▲1월26일 서울에서 준비회의를 하고 이후 1차회의를 한다. 현재 여러 부처가 협의를 거쳐 산관학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한.일 FTA, 한.중 FTA와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지금 그 누구도 말할 수는 없다.
--그동안 FTA 진행 상황에 대한 외부 평가는 어떤가.
▲칠레와 처음 협상을 시작한 것이 1999년이다. 교역이 중요한 나라들은 대체로 부러워하는 것 같은데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FTA든 선진국이 개도국에 주는 특혜관세든 세계 무역의 50%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상태로 교역이 이뤄지는데 지금 우리는 12~13%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다. EU와 11%, 미국과 11%가 되더라도 35%가 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중국, 아세안, EU,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그 외 남미는 페루, 콜롬비아와 추진하고, 중동은 GCC와 하고 있으니 남는 것은 아프리카 뿐인데 지구 전체 네트워크로 보면 밑그림은 잘 그려진 것 같다. 수출과 내수 진작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적인 수단으로 FTA처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올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타결은 낙관적인가.
▲지난 12월 제네바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 때도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다. 올해 협상 타결이 가능해지려면 3월 말까지 각료회의든 뭐든 회의를 해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3월 말이라는 숫자가 나온 것은 연말에서 역산해 적어도 3월 말에는 합의가 돼야 한다는 공식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석 달 남았는데 지금 분위기에서는 비관적으로 보는 눈이 많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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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연합뉴스 2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