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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호]2014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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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중동 협력 포럼 외교장관 기조 연설

               - 전환기 중동 정세와 한국의 대중동 외교정책 방향 -


                        

사이프 기획국제협력부 장관님,
엘사딕 엘파끼흐 아랍사상포럼 사무총장님,
문태영 제주평화연구원장님,
정용칠 한․아랍 소사이어티 사무총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면 ‘다사다난’했던 해였다고 말하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금년처럼 이 말이 잘 들어 맞는 해가 없는 듯 한데, 특히 중동이 그러합니다. 일련의 오래되거나 새로운 문제들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처럼, 전례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연이어 터져나왔습니다.

가자사태에 대한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팔 문제는 더 이상 중동지역의 지배적인 잇슈가 아닙니다. 현재 중동 국가들과 중동을 넘어선 지역에 대한 핵심적인 위협은 전쟁으로 찢긴 시리아와 불안정한 이라크에서의 ISIL의 발호, 이란의 WMD 프로그램 그리고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싸고 있는 불확실성 등을 포함합니다.

이 모든 사태들로부터 초래된 댓가와 고통은 너무나도 비참합니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인도적 위기 상황은 수 많은 가정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수백만의 난민이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채 요르단과 터키 등 인접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들은 심지어 르완다 학살 20년인 금년에도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모두들 잘 알고 계시듯이, 이 모든 오래된 문제들과 새로운 문제들은 다층적인 원인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국가간 그리고 국가 내부에서의 갈등, 역내 국가간 지정학적 경쟁, 종파간 대립, 과격 극단주의 또는 급진주의의 테러집단화와 확산, governance 문제, 저개발과 빈곤 문제 등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그 리스트는 끝이 없을 지경입니다. 이 모든 문제들은 중동 지역의 안정을 뒤흔들고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점들의 영향이 중동 지역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상호 긴밀히 연계된 세상에서 어떤 국가나 지역도 중동발 혼란의 파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국도 이 점에 있어서 예외가 아닙니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즉시 우리의 일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한국과 중동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 예로 에너지 조달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은 그중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가가 10%만 상승하더라도 GNI가 0.4% 감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급격한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의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유리한 것 만도 아닙니다. 어떤 경우든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우리의 경제적 이해에 사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동지역의 불안정은 우리의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처음으로 이라크의 혼란의 와중에 극단세력에 의해 잔인하게 참수된지 올해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올해 초 리비아에서 발생한 우리 공관원 납치 사건에서 우리는 일종의 ‘데자뷰’현상을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납치된 공관원을 성공적으로 구출하였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여행객들이 시나이 반도에서 끔찍한 테러 공격에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ISIL의 발호와 다른 중동 지역에서의 혼란은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핵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협상은 북한에 대해서도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한쪽에서의 동향이 다른 쪽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중동 지역에서의 재래식 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란과 E3+3간 진행하고 있는 이란 핵협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보다 큰 전략적 시각에서 보자면, 동북아와 중동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통해서도 서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중동정세는 미국의 가용한 전략자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추진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이 모든 점들은 중동이 한국 외교의 주요 아젠다로 자리 잡게된 배경입니다. 유엔의 주요 3대 이사국인 안보리, 인권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우리는 양자 관계에 대한 고려 뿐 아니라 주요 지역 및 범세계적 문제에도 깊이 관여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중동은 수 많은 역사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중동은 과거 그 어느때보다도 더 긴밀히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중동의 평화·번영을 위해 응분의 역할을 다할 뿐 아니라 동반자 관계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두 개의 핵심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첫째, 비젼과 목표를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경제 동반자 관계는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Post-oil 시대를 향한 다변화와 미래 지향성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에너지 및 건설 부분에서의 전통적인 협력을 넘어, 이제는 IT, 원전·신재생 에너지, 보건 및 방위산업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제3국 공동진출 분야로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동방정책’을 추진하는 모든 나라와 협력할 것입니다.

둘째, 중동의 평화에 기여하는 외교를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이해 관계자로서 제고된 위상과 능력에 걸맞는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은 정치, 안보 그리고 인도적 기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레바논과 남수단 평화유지활동 참여, 비확산과 대테러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 인도적 지원 그리고 몇몇 지역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 등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또한 국가 건설 과정에 있는 전환기적 국가들을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계속 참여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지난 여름 라말라에 주팔레스타인 상주대표부를 설립하기도 하였습니다.

셋째, 경제적 파트너십과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외교를 추진할 것입니다. 어제 저녁 만찬사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누군가를 더 잘 알아갈 수록 우정은 더욱 깊어지는 법입니다. 인적 교류와 문화적 교류는 우리를 접착시켜주는 아교와도 같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분야의 교류는 상호 이해를 길러줄 것입니다. 그리고 한-중동 협력 포럼과 한-아랍 소사이어티는 현재뿐 만이 아니라 미래의 한국과 중동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건설한 가교이기도 합니다.

넷째, 양자 외교와 지역 외교가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추진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우리는 양자 외교를 보완하기 위해 아랍연맹 및 걸프협력국 이사회 등 주요 중동 지역 협의체와 연례 장관급 대화채널을 새로이 개설하였으며, 이슬람협력기구와의 협력도 막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바로 어제 저는 이곳 암만에서 중동지역 공관장 회의를 직접 주재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이 중동을 포괄적인 맥락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외교 어젠다에 있어 2015년인 내년은 ‘중동의 해’가 될 것입니다.

다섯째, 이러한 중요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통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여기에는 정상외교, 전략대화, 공동위 그리고 정책협의회가 포함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엊그제 자타리 난민 캠프를 방문하여 카라반 기증식을 갖고 난민 캠프의 실상을 직접 둘러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저는 삶의 뿌리가 뽑힌 상황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이 보여준 미래에 대한 끈질긴 열망에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은 국제사회, 특히 과거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난민 지원에 이어 시리아 난민들에도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요르단 정부의 후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금번 방문은 ISIL 대응으로부터 이팔 분쟁과 다른 인도적 위기상황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의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천착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저의 신념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었습니다.

자타리 캠프는 중동지역 분쟁의 축소판입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과 인간의 존엄성 추구는 방해할 수는 있지만 중단시킬 수는 없습니다. 전성기 시절 이슬람 세계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기반하여 세상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그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번영으로 이끄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정부가 국민을 제일 우선순위에 두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한국 정부는‘지구촌 행복’이라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 정부는 이 곳 중동과 다른 지역에서 지구촌 행복과 인간 존엄성 증진을 위해 중동의 친구들과 함께 손잡고 나갈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중동은 인류 문명의 횃불로서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치 시지푸스의 바위를 언덕 위에 올리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중동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중동이 과거 유산으로부터 유래된 고난과 시련의 시기를 겪어 왔지만, 중동은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습니다. 실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동은 과거 수십년간 앞을 향하여 꾸준히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가오는 미래는 중동에게 있어서 매우 결정적인 전환기적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중동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중동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지각 변동에 비견될 만한 지금과 같은 전환기적 시대에서 우리는 뒤쳐져서는 안되며 앞서 나가야 합니다. 이와 관련,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갈파한 저명한 경영학자 Peter Drucker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입니다.

중동이 이와 같이 중차대한 도전에 맞서 싸우는데 있어서,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는 한국이야말로 완벽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중요한 행사를 주최해주신 제주평화연구원, 한-아랍 소사이어티 그리고 아랍사상 포럼측에 사의를 표합니다. 또한 요르단 정부의 따뜻한 환대와, 금번 포럼에 참석해주신 중동 및 한국의 지도급 인사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금번 포럼이 내실있고 건설적인 제안을 도출해 냄으로써 한-중동 동반자 관계의 심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2014-12-26, 15: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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