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광철 주아제르바이잔대사
한승수 국무총리가 조만간 중앙아 3국과 더불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 그리고 2007년 4월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 방한으로 다소 알려지게 되었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아직 우리 국민들의 귀에 생소한 국가이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은 제2의 중동으로 각광받고 있는 카스피해 연안국중 하나이며 19세기 세계 최초로 상업석유 생산이 개시되어 자원에너지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국가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중앙아 국가들과 같이 터키계가 국민의 대부분을 구성하지만 국명에서 ‘스탄(‘국가’의 의미)’을 쓰지 않는 것처럼 에너지 자원개발에 있어서도 역사와 특성을 달리한다.
현재에도 주로 러시아에 의존하는 중앙아 국가들과 달리 아제르바이잔은 1994년 서방메이저들과 소위 ‘세기의 계약’을 맺은 이후 서방 자본 중심으로 석유·가스를 개발해 왔다.
뿐만 아니라 수도 바쿠를 기점으로 한 BTC 송유관과 BTE 가스관이 카스피해 자원의 서방 수출을 위한 주요통로로 자리잡아 아제르바이잔은 서방과 러시아간 카스피해 자원을 둘러싼 줄다리기에 서방측 대표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아제르바이잔 석유·가스 개발 진출은 여타 산유국과는 달리 서방메이저가 기득권을 확보한 지역으로의 진출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진입 과정이 어려울지라도 일단 진입하면 시추와 생산 등 측면에서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계약자인 서방메이저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추와 광구운영에 관한 노하우 등을 습득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함께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대아제르바이잔 에너지 분야 진출은 2007년 10월 이남광구에 대한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시작되었다. 2007년 11월부터 시추가 개시되어 현재 거의 완료단계에 있으며 6월말 정도면 상업성 여부에 대한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가스 광구는 시추공을 10개 뚫어야 겨우 1개가 성공할 정도로 탐사 성공 확률이 낮지만 카스피해의 경우에는 비교적 성공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남광구 시추 결과 상업성이 확인될 경우 우리나라의 카스피해 자원개발 진출에 교두보가 될 뿐 아니라 에너지자원 개발 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 쾌거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우리의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 참여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일컬어진다. 아제르바이잔의 예를 보아도 서방메이저가 대부분 지분을 장악한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일부 참여하였으나 한국은 소외되었다.
일본의 경우 과거 단독 광구를 분양받아 실패한 적이 있으나 굴하지 않고 노력하여 ACG 유전 등 현재 활발히 생산중인 석유·가스 광구와 BTC 파이프라인에 모두 3~4% 정도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육상광구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심지어 베트남까지 육상광구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금번 한승수 총리의 중앙아시아 및 아제르바이잔 방문은 카스피해 자원개발에 우리가 본격적으로 참여하였음을 널리 알리는 신호탄이다.
물론 한번의 노력으로 카스피해 자원을 확보할 수는 없다. 에너지 자원 외교는 넓은 안목과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며 지난한 사전작업과 인내가 요구된다. 금번 총리의 방문으로 새로운 광구 확보를 위한 교섭이 개시되는 것 자체가 큰 성과이며 총리 방문 이후 고위급 교류를 지속하고 실무자간 협의를 병행하는 파상적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비록 늦게 참여하였지만 우리정부의 실용외교와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과 친화력으로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한 카스피해 자원 확보에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벌일 노력에 국민들도 관심과 성원을 더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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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내일신문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