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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3호] 2008년 12월 16일 메인으로 | 전체기사 | 지난호 | 외교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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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다극체제로, G20은 패턴 세팅의 場”

금융위기 ‘국제적 공조’ 현장 다녀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검투사’. 관료들에겐 잘 붙기 어려운 별명이다. 한국의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김종훈(56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측 수석 대표인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이 별명을 얻었다. 영화 속 검객을 연상시키는 외모도 영향을 줬으리라. 외교통상부 본부장실을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워싱턴 주요 20개국(G20) 금융 정상회의와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시차 때문에 피곤하다”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워싱턴과 페루에 모인 정상들이 전한 체감 위기는 어느 정도였는지, 버락 오바마 시대 한·미 통상 문제의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들어 봤다.

-워싱턴 G20 회의에 많은 사람이 역사성을 부여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G20과 APEC 정상회의장에선 이번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란 소리가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각료회의에서도 많은 나라 장관이 ‘은행에 유동성 자금을 투입해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아무리 강력한 처방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예전 같지 않다’고들 했다.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내 회사는 지난해와 똑같은 매출·이익을 냈는데도 주가가 반 토막이다.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한다.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서 ‘전대미문의 위기에 전대미문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G7 시대가 가고 G20 시대가 왔다’는 평가는 맞나.
“그렇다. G20은 역사적 전환의 의미를 지닌 회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거대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가 다극체제로 바뀌는 ‘패턴 세팅’의 장이란 생각이다. 세계화로 정보·지식을 공유하는 세상이 되고 이에 따라 신흥경제국들이 부상했다. 그들의 커진 목소리·위상이 이번 회의에 반영된 것이다. 미국이 당분간 주도적 역할을 해도 국제질서는 다극체제의 틀에서 공조·협력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패턴 세팅의 현장에 한국이 있었고, 주요한 행위자로 참석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는 2010년 회의 의장국으로 향후 금융체제 개편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 FTA에 부정적이었다. FTA 비판론자도, 일부 찬성론자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데.
“재협상은 없다.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은 같다. 미국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자고 하는데,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판단되면 행동을 하는 게 정답이다. 새 행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담은 ‘오바마-바이든 플랜’ 중 통상 파트를 몇 번 읽어 봐도 현재 서명된 한·미 FTA에서 고쳐야 할 것은 없더라. 노동·환경 기준도 모두 반영됐다.”

-‘공정 무역’을 강조하는 신행정부가 보호무역으로 한국을 압박하지 않겠나.
“수퍼 301조 를 발동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는데 구시대적 얘기다. 수퍼 301조는 위법이고, 미국이 보복당하게 돼 있다. 미 민주당과 신행정부의 통상철학은 교역을 계속 확대하되 노동·환경 기준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적 불황 국면에서 FTA 체결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보호주의는 침체를 장기화·악화시킬 뿐이다. 대공황 때 얻은 교훈이다. FTA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나마 특혜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경제가 회복되면 덕을 톡톡히 볼 것이다. 지금 움츠러들면 나중에 힘들다. 최근 인도와 협상을 타결했다.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은 내년 초 마무리될 것이다. 호주·뉴질랜드와는 내년에 시작한다. 남미와의 FTA도 검토 중이다.”

지난 6월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로 나라가 촛불시위로 들끓었을 때 그는 쇠고기 추가 협상을 타결했다. 이명박 정부의 ‘구원투수’ ‘해결사’란 말이 따랐다. 그는 촛불시위를 꺼내자 “괜히 다 꺼진 불씨를 다시 지피는 것 아닌가 싶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촛불시위 이후 6개월이 지났다. 며칠 전 미국산 쇠고기도 대형 마트 매장에 풀렸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엄연한 국제적 기준이 있는 사안이라 나를 포함해 정부는 협상 타결 이후 축산 농가만 걱정했고 소통도 그쪽으로만 했다. ‘국제기준은 기준이고, 우리는 곧 죽게 생겼다’는 극단적 주장이 먹히고 확산될 것으론 생각지 못했다. 과학과 감성, 정치와 선동, 우리 대의민주주의의 현실….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했다. 지금 정책을 내놓을 땐 다방면으로 소통하려 하고 있다.”

-쇠고기 추가 협상 당시 수전 슈워브 USTR 대표에게 촛불시위 사진을 내밀었는데.
“사진을 컬러판으로 확대해 갖고 갔다. 절박했다. 그쪽이 계속 ‘과학, 과학’ 하니까. ‘이거 과학으로 설명해 봐라’고 했다. 경위나 배경이 어떻든 현실적으로 민주사회에서 사회적 교란 상황이 오면 달리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슈워브는 묵무부답이었지만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검투사 별명이 어떤가.
“나이에 안 어울린다. 웬디가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통상 협상에서 만났냐’고 하기에 ‘우리는 전생에 서로 죽여야 사는 글래디에이터(검투사)였던 것 같다. 근데 우리는 서로 살아야 한다. 나를 죽이고 네가 살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네가 죽고 내가 살았다 해도 나도 산 게 아니다’고 했다. FTA도 그렇고 국가 간 협상에는 일방의 승리가 있을 수 없다. 둘 모두에 이익이 돼야 한다. 물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에 종사하는 분들은 힘들다. 그런 부분은 국내적으로 보전하면 된다. 전체의 이익을 따져야 한다. 단것만 삼키고 쓰면 뱉을 경우 타결은 없다.”


 

스쿠터에 부인 태우고 성묘 가는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

협상 시즌에 들어가면 김종훈 본부장은 줄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체력은 후배 못지않다. 익스트림 스포츠 매니어로 젊게 사는 덕분인지 모른다. 패러글라이딩·카이트보딩·암벽등반과 오토바이 타기를 즐긴다. 지난여름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관공서 차량 출입을 홀짝제로 바꾸자 며칠 뒤 스쿠터로 광진구 광장동 자택에서 중구 도렴동 청사로 출퇴근했다. 주변 사람들은 “체면 때문에 못 타다 호재를 만났다”고 했다. 오토바이 취미는 80년대 초 아프리카 근무 시절에 스쿠터를 타면서 시작됐다.

스쿠터는 이번 출장 뒤 타지 않는다. 날이 차고 바람이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추석 성묘 때 부인을 스쿠터 뒤에 태우고 경기도 가평에 있는 모친(지난 6월 작고)의 산소를 찾았다.

“작은 돗자리를 집사람 배낭에 넣고, 스쿠터 양쪽엔 제수품 가방을 걸었다. 꽉 막힌 도로를 보니 ‘룰루랄라’ 휘파람이 나오더라”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지금은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어 주말에 집 뒤 아차산을 오르는 정도다. 웃지 않을 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 차가운 이미지지만 외교부에선 어려운 후배를 잘 챙기는 따뜻한 선배로 통한다.




출 처: 중앙선데이 제91호  2008/12/07



[2008-12-15, 15: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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