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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호] 2010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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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방문 관련 장관 기고


아이티 지원과 민·관 협력 기여외교


유명환 장관

하늘에서 본 지진 발생 현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완전히 주저앉은 건물, 유실된 도로, 난민촌을 방불케 하는 텐트촌의 행렬…. 아이티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에서 단비부대 주둔 지역인 레오간까지 헬기로 이동하면서 본 광경이다. 지난 1월에 발생한 지진 피해로 여전히 허덕이고 있는 아이티. 살아남은 국민의 고통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후 14~15일 아이티를 방문해 지진 참사 현장을 둘러보고 폐허가 된 대통령궁을 찾아가 대통령과 외교장관을 만났다. 이번 방문은 아이티 재건·복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 계획을 전하고, 현지에서 활동 중인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부대인 단비부대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긴급구호대 파견과 구호품 제공 등 인도주의적 지원과 아울러 3월 말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아이티 재건공여국회의에서 10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서약함으로써 중장기 재건·복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민간 분야의 자발적인 모금액이 3500만달러를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도주의를 실천하려는 한국민의 높은 열망과 선진 국민으로서의 성숙함을 보여준 것이다. 몇몇 민간 구호단체는 레오간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과 학교 등의 재건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어 정부와 민간이 서로 협력할 경우 시너지효과는 매우 커질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에 따라 선진 원조를 표명하고 있는 한국에 이번 아이티 재건·복구 사업은 한국의 개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단순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아니라, 경제 발전 과정에서 터득한 개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아이티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르네 가르시아 프레발 대통령에게 봉제공단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이티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하고, 한국이 아이티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음을 표명했다. 프레발 대통령은 이에 공감하면서 한국 기업이 아이티에 진출할 경우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한국군도 PKO 파병을 통해 아이티의 재건·복구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2월부터 공병 위주로 편성된 240명 규모의 단비부대가 파견돼 아이티의 재건·복구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진의 진원지로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레오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비부대는 유엔 아이티 안정화임무단(MINUSTAH)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단비부대는 정부 기능이 마비된 지역에서 이름 그대로 귀중한 단비를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레오간 주변 지역 도로와 학교 등 주요 공공건물의 복구, 식수원 공급을 위한 지하수 개발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진료 활동과 지원 물자의 배급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티의 피해 현장을 둘러보면서 문득 6·25 직후의 황폐화된 한국 모습이 생각났다. 무참하게 파손된 도로와 건물들,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노력 모두가 60년 전 대한민국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 냈듯이, 지금은 아이티에서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민국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국제사회의 중심 무대로 부상하기까지 아무런 대가 없이 지원해준 국제사회에 대한 보답이, 이제는 아이티에서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인도 지원 요원들과 장병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출 처: 문화일보 2010/4/19
 
 
         



[2010-04-16, 17: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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